안녕하십니까. 최병오입니다.
나라가 혼란스럽지만 우리 회복력을 믿습니다.
그리고 한 해의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1980년대 동대문 의류 도매상 할 때
대다수 매장은 유명 브랜드의 모조품을 팔았습니다.
하지만 보라매, 독립문이 잘 팔리는 것을
눈여겨 보면서 ‘브랜드’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로고만 봐도 브랜드를 연상할 수 있도록
혼자서 직접 ‘크라운’ 브랜드를 만들고
1985년 상표 의장 등록까지 했습니다.
시장에서 유난을 떤다는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당시 유명 브랜드가 하는 것처럼
왕관마크, Q마크, 순면마크 3개 태그까지 붙였습니다.
그러자 크라운 바지의 시장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좋은 브랜드에 대한 동경심은
형지가 성장해가는 과정에서도 반영되었습니다.
크로커다일레이디의 차세대 브랜드를 고민하던
2000년대 중반 프라이드, 아맛나 등
추억의 브랜드가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논노그룹의 여성 캐주얼 ‘샤트렌’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회사가 부도나면서 판권을 논노 출신의
디자인 디렉터가 보유한 것으로 파악했고,
여러 차례 접촉한 끝에 브랜드를 확보했습니다.
우리 브랜드를 잘 살려 키우는 게 뜻 깊다는 생각에
형지스럽게 재런칭한 결과물이 샤트렌이었습니다.
2012년 남성복 기업 우성I&C(현 형지I&C)를 인수한
결정적 요인은 토종 셔츠 브랜드 ‘예작’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우성은 한 사모펀드와 매각 협상 중이었는데
제가 이를 뒤늦게 알고 대주주를 찾아갔습니다.
“30년 이상 의류사업을 하면서 브랜드를 소중히 여기는
저와 계약해야 귀한 브랜드 유산을 남기는 길”이 된다고
끈질긴 설득을 통해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성을 창업하시고 시대셔츠라는 역사적 브랜드를
만드셨던 고 이성림 회장님께도 남기신 귀한 브랜드를
정말 잘 키우겠다고 마음속으로 굳은 다짐을 했었습니다.
2013년 에리트베이직(현 형지엘리트)를 인수했습니다.
학생수가 줄어가기에 교복사업은 유망하지 않다 했습니다.
하지만 1969년 이후 줄곧 1등 교복 ‘엘리트’는
분명 전통있고 매력적인 브랜드였습니다.
더욱이 10대 학생들에게 패밀리 형지 브랜드를 알려
그들을 형지의 오랜 고객을 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브랜드 집중한 경영은 동경 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 토종 브랜드를 잘 살려야 한다는
소명감과 책임감도 큰 몫을 했습니다.
제가 패션업을 해온 근본이 바로 ‘브랜드’입니다.
또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듯이
저에겐 모두 소중하고 자랑스런 브랜드들입니다.
더욱 잘 키워가야만 하고, 꼭 그렇게 할 것입니다.
이런 행진에 사장님, 매니저님들이
꼭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Hyungji CEO Letter #04